[송경동] 석유/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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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송경동
어려선 그 냄새가 그리 좋았다
모기를 죽이는 것도
뱃속 회충을 죽이는 것도 그였다
멋진 오토바이를 돌리고
삼륜차 바퀴를 돌리고
누런 녹을 지우고 재봉틀을 매끄럽게 하던
미끈하고 투명한 묘약
맹탕인 물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동동 뜨던 그 오만함도, 함부로 방치하면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리던 그 가벼움도 좋았다
알라딘의 램프 속에 담겨진 것은
필시 그일 거라 짐작하기도 했다
개똥이나 소똥이나 물레방아나
나무장작과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기름때 전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그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 시집『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2009. 창비
어려선 그 냄새가 그리 좋았다
모기를 죽이는 것도
뱃속 회충을 죽이는 것도 그였다
멋진 오토바이를 돌리고
삼륜차 바퀴를 돌리고
누런 녹을 지우고 재봉틀을 매끄럽게 하던
미끈하고 투명한 묘약
맹탕인 물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동동 뜨던 그 오만함도, 함부로 방치하면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리던 그 가벼움도 좋았다
알라딘의 램프 속에 담겨진 것은
필시 그일 거라 짐작하기도 했다
개똥이나 소똥이나 물레방아나
나무장작과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기름때 전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그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 시집『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2009.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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