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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석유/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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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8회 작성일 2025-03-05 10:39: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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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송경동

어려선 그 냄새가 그리 좋았다
​모기를 죽이는 것도
뱃속 회충을 죽이는 것도 그였다
멋진 오토바이를 돌리고
삼륜차 바퀴를 돌리고
누런 녹을 지우고 재봉틀을 매끄럽게 하던
미끈하고 투명한 묘약
맹탕인 물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동동 뜨던 그 오만함도, 함부로 방치하면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리던 그 가벼움도 좋았다
알라딘의 램프 속에 담겨진 것은
필시 그일 거라 짐작하기도 했다
개똥이나 소똥이나 물레방아나
나무장작과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기름때 전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그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 시집『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2009.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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