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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희망/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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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8회 작성일 2025-03-03 11:44: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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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송찬호

쇳덩어리는 망치질 횟수를 기억하고 있을까
망치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내게 그런 조그만 권력이 주어진다면

희망은 국가와 법을 만들 수 있다
원한다면 어디든 희망 구역으로 선포할 수 있다
희망 구역에서 아지랑이처럼 나른하게 솟아오르는 지하 생활자들

희망은 도처에 우글거린다 사제가 뚱뚱한 식당 주인으로 보이고
그 식당의 밥찌꺼기를 핥으며
희망이 어떻게 사육되는가를 보았다

개새끼, 하고 대들어도 판사는 절망에게 희망을 선고하고
의사는 절망에게 희망의 진단서를 송부하고
긴 복도를 걸어오는 희망의 발자국 소리
문을 노크하는 희망의 인기척 소리
그 고문 기술자의 가방 속에는 얼마나 많은 희망이 들어 있던가

한쪽에서는 기계를 세우고 공장을 점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식수와 전기를 끊고 통신마저 차단시켜도
그래도 희망은 인형 공장 송 사장 편에 있다
그는 오늘도 모처에 예쁜 인형들을 팔아넘겼다

이제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 예비군복을 갖고 있다)
그 많은 산업예비군 중에서 내게 통지서가 날라왔다
나는 오늘 전선으로 떠난다 아직 오지 않은 열차를 기다리며
역 한구석에서 나는 오래 보지 못할,
영원히 못 볼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 지금 한때 직업과 계급을 혼동해도 좋을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이 거대한 도시에서 먹고 자고 일도 할 수 있는
이런 방이라도 하나 갖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여자는 여전히 희망을 이야기하며 가랑이를 벌렸다
하루 일을 마친 사내들이 어둠처럼 그 거리를 향해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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