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숨어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송찬호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375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122
  • H
  • HOME

 

[송찬호] 이곳에 숨어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송찬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09회 작성일 2025-03-03 11:42:02 댓글 0

본문

이곳에 숨어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송찬호

이곳에 숨어 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병이 깊어 이제 짐승이 다 되었습니다
병든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황홀합니다
이름 모를 꽃과 새들 나무와 숲들 병든 세계에 끌려 헤매다 보면
때로 약 먹는 일조차 잊고 지내곤 한답니다
가만, 땅에 엎드려 뒤 대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종종 세상의 시험에 실패하고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몇 번씩 세상에 나아가 실파하고 약을 먹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이 그리우면 당신들의 세상 가까이 내려갔다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지난번 보내 주신 약 꾸러미 신문 한 다발 잘 받아 보았습니다
앞으로 소식 주지 마십시오
병이 깊을 대로 깊어 이제 약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병든 세계를 헤매다 보면
어느덧 사람들 속에 가 있게 될 것이니까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