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산꼭대기의 집/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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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의 집/송찬호
산꼭대기에 집을 짓겠어요
얼음 벽돌을 쌓고
서릿발 창문을 달고
폭풍과 눈보라로 지붕을 덮겠어요
산꼭대기에 연못도 파겠어요
비탄의 눈물로 연못을 채우겠어요
하늘에서 내려오는 두레박줄을 끊겠어요
선녀와 나무꾼도 이제 사절이에요
산꼭대기에 등대도 세우겠어요
물론 바다는 너무 멀어 보이지도 않겠지요
산골짜기에 난파되어 처박힌 배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겠어요
산꼭대기 마구간에서는
늙은 말이 자서전을 쓸 거예요
말구유와 말안장과 말채찍이 밤새 구술하는 이야기들을 받아 적을 거예요
보나마나 옆에 있는 말의 그림자는 잠에 곯아떨어져 있겠지요
언젠가는 심판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산꼭대기에 올라와서
그 집의 죄를 물을 거예요
먼저 벽의 얼룩을 지적하겠지요
그럼 재투성이 거울은 어디다 숨겨야 할까요?
아마 그는 밀과 귀리의 낟알 개수까지 모두 헤아리려 할 거예요
산꼭대기의 집이 완공되면
맨 처음 피워 올린 연기를
신에게 바치겠어요
미래에 펼쳐질 삶을 우린 이미 보았잖아요
양귀비꽃은 이미 그걸 기록했고
앵무새의 입으로 말해졌잖아요
굴뚝으로 날아갈 연기가 분명 내 눈을 태울 것일 테니까요
산꼭대기에 집을 짓겠어요
얼음 벽돌을 쌓고
서릿발 창문을 달고
폭풍과 눈보라로 지붕을 덮겠어요
산꼭대기에 연못도 파겠어요
비탄의 눈물로 연못을 채우겠어요
하늘에서 내려오는 두레박줄을 끊겠어요
선녀와 나무꾼도 이제 사절이에요
산꼭대기에 등대도 세우겠어요
물론 바다는 너무 멀어 보이지도 않겠지요
산골짜기에 난파되어 처박힌 배들을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겠어요
산꼭대기 마구간에서는
늙은 말이 자서전을 쓸 거예요
말구유와 말안장과 말채찍이 밤새 구술하는 이야기들을 받아 적을 거예요
보나마나 옆에 있는 말의 그림자는 잠에 곯아떨어져 있겠지요
언젠가는 심판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산꼭대기에 올라와서
그 집의 죄를 물을 거예요
먼저 벽의 얼룩을 지적하겠지요
그럼 재투성이 거울은 어디다 숨겨야 할까요?
아마 그는 밀과 귀리의 낟알 개수까지 모두 헤아리려 할 거예요
산꼭대기의 집이 완공되면
맨 처음 피워 올린 연기를
신에게 바치겠어요
미래에 펼쳐질 삶을 우린 이미 보았잖아요
양귀비꽃은 이미 그걸 기록했고
앵무새의 입으로 말해졌잖아요
굴뚝으로 날아갈 연기가 분명 내 눈을 태울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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