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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빵에 대하여/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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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0회 작성일 2025-03-03 11:40: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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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대하여/송찬호

고운 설탕 가루 반짝이는 빵 속은 밝고 따스합니다
우리들의 체온으로 만든 우리들의 빵입니다
말랑말랑한 공기가 지붕처럼 둥글게 부풀고 있습니다
빵 속에는 온 식구가 모여 앉아 있습니다
그 속에는 먹을 것 입을 것 없는 게 없습니다
식구들이 하염없이 웃고 있습니다
웃는 표정이 더욱 푸짐해 보입니다
그러나 손을 내밀 수 없습니다 소리쳐도 들리지 않을 겁니다
여기의 추위를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런지요
나는 그들의 식구가 아닙니다

마지막 성냥을 켰습니다 방이었습니다
옷 몇 가지로 불빛을 가린 작은 방이었습니다
한 여자가 웅크리고 누워 있었습니다
품 속 깊이 자궁 하나 묻고 한 여자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가난에 성욕마저 빼앗긴 추운 밤이었습니다
허기로 몸 일으켜 세우고
마지막 성냥을 켜들고
깊은 밤 한 여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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