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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선물/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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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회 작성일 2025-05-30 17:42: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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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송수권

후줄근히 땀을 쏘며
종로 2街를 지나쳐 오다
가게집 유리창마다 널린 한산 세모시
또는 安東白布로 뚝뚝 지는 먹물 속에서
우리 고향의 대숲 바람을 만났다.
누군들 이 대숲 바람을 외면할 순 없지
암 외면할 순 없지,
고향집 싸리문을 열 듯
나도 성큼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
安東布 한 통을 사들었다.
유리문을 밀고 나오며 어디로 갈까
또 한참을 주저주저하다
성북동 깊은 골짜기
아직도 우렁우렁 글을 읽고 있을
옛 은사님 한 분을 생각했다.
버스를 내리어 성북동 깊은 골짜기
내가 거느리고 가는 이 맑은 대숲 바람 한 점
은사님은 벌써 마중을 나와 깡마른 치수를 들키기도 하며
만면에 희희낙락
물소리 같은 웃음을 섬으로 흘리고 있었다.

- ​『꿈꾸는 섬』(문학과지성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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