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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봄/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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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7회 작성일 2025-05-30 08:08: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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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송찬호

이 적막한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자고 산비둘기 날아와 구욱 국 울어대는 봄날,
산등성이 헛개나무들도 금연 구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담배 한 대씩 태우고 돌아가는 무료한 한낮,
그대가 오면 차를 마시려고 받아온 골짜기 약숫물도 한번 크게 뜨거워졌다가 맹숭하니 식어가는 오후,
멀리 동구가 내다보이는 마당가 내가 앉아 있는 의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허리가 나빠져, 나도 이제는 들어가 쉬어야 하는 더 늦은 오후,

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
노곤하니 각시멧노랑나비 한 마리,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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