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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후회/손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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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회 작성일 2025-04-20 20:02: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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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손세실리아

집을 옮기면서 베란다를 텄다
거실이 한 평 반쯤 넓어졌다
거택이 따로 없다며 들떠 지내는 동안
제 오랜 처소를 잃은 빗방울과
창틀 안으로 날아들어 발을 동동 구르는
눈발의 거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마뜩찮아 했다 되려 침입자 취급을 했다
계절이 가고 오는 동안
단풍나무 마루에 균열이 생기더니
그 틈새로
검푸른 꽃이 확 번졌다
내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공간이
저들 바람과 눈비에게는
유일한 거처라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금궐을 얻으려다가 허물 수 없는
누옥을 마음에 들인 꼴이다

 - 『기차를 놓치다』(도서출판 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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