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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노안성당 은행나무/손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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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회 작성일 2025-04-20 20:02: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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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성당 은행나무/손세실리아

계절 바뀐 탓만은 아니었구나
가을비 핑계로
엄지 손톱만한 열매 댕글댕글
재미삼아 떨궈버린 게 아니었구나
놓아버린 거였구나
황달 같은 그리움이 뿌리까지 뻗쳐
노오란 잎도 열매도
다 놓아버리지 않으면
사제관 앞마당에 더는 서 있지 못할 것 같아
가을 끝자락에
가진 것 모두 내려놓은 거였구나
죽어버릴 것만 같아서였구나

그랬구나

- 『기차를 놓치다』(도서출판 애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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