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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적멸궁에 들다/손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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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20 20:00: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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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궁에 들다/손세실리아

팔만사천 번뇌 망상이 수굿해지기를 염하며
태안사 부처님 전에 오체투지 해보지만
분심 여전합니다 하긴 그깟 따위로
해탈 운운한 자체가 탐심이겠지요
체념하고 담장 밖 해우소에 들었는데
쭈그려 앉아 내려다본 구덩이 아득 아찔해
무쇠 고리 단단히 거머쥡니다만
후들거리는 다리를 어쩌지는 못합니다
사정을 알 바 없는 옆 칸 보살님들
여기 빠지면 올라오는 데만
최소 이박삼일이라며 깔깔댑니다
헌데 참 기이하지요
웃음 일갈에 속세의 번민뿐 아니라
통절한 사랑마저 소멸됐으니 말입니다
햐, 참선도량이 따로 없습니다

 - 『꿈결에 시를 베다』(실천문학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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