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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따듯한 가습기/신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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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16 11:19: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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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가습기/신미나

회복실에서
그는 삭정이 같은 손목에
링거를 꽂고 잠들어 있었다
노란 수액이 방울져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죠
때로 기척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이불 밖으로 나온 발가락을 덮어주고
잠이 깰까
조용히 뒷문을 닫고 나가야 하는
사랑이 예 누워 있다
내가 어둠의 맥박을 짚으며
느린 걸음으로 집에 도착할 즈음
그는 잠에서 깨어
미음을 떠 넘기며
아무도 문병 오지 않는 이 저녁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받아 삼키리라
어쩌면 끝내 알아채지 못하리라
누가 다녀갔나
문득 스치는 기척에 주위를 둘러보면
가습기 더운 입김만
홀로 남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을 것이다

- 『싱고,라고 불렀다』(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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