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버려진 집 속에 거울조각이 있다/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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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집 속에 거울조각이 있다/손택수
집을 버리면서, 거울을
두고 오는 건 차마 못할 짓이다
버려진 제 모습을 쳐다볼 수 없어
먼지를 풀썩이며 조용히 미쳐가는
집의 거울을 보라
집을 제 얼굴에 화장을 하는 대신
거울에 화장을 한다
거울에 파우더 분가루 같은
먼지를 덕지덕지 처발라
망가져가는 제 얼굴을 흐릿하게 뭉개어본다
그렇게 남은 날을 견뎌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지나친 형벌이다
폐가는 금이 가거나, 깨어진
거울조각을 품고 있다
- 『호랑이 발자국』(창작과비평사, 2003)
집을 버리면서, 거울을
두고 오는 건 차마 못할 짓이다
버려진 제 모습을 쳐다볼 수 없어
먼지를 풀썩이며 조용히 미쳐가는
집의 거울을 보라
집을 제 얼굴에 화장을 하는 대신
거울에 화장을 한다
거울에 파우더 분가루 같은
먼지를 덕지덕지 처발라
망가져가는 제 얼굴을 흐릿하게 뭉개어본다
그렇게 남은 날을 견뎌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지나친 형벌이다
폐가는 금이 가거나, 깨어진
거울조각을 품고 있다
- 『호랑이 발자국』(창작과비평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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