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닭발/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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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손택수
삼계탕에 닭발을 넣는 건 어머니의 비법이다
가까운 동네 시장 따로 두고
멀리 구포장까지 가서
대추며 삼, 밤을 구해오신 당신
몸도 성치 않은 분이 버스값에다 들인 시간까지 하면
삼값 다 빠지고도 남겠다고
번번이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머니의 맛이 발에서 나온다는 걸
몇 푼이라도 더 싸고 질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닌 발품에서 나온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젊어서는 소금장수로, 보험설계사로
쉰이 넘고 나선 화장품 방문 판매 장수로
모이를 찾아다니느라 무던히도 부르텄던 발
뒤꿈치까지 쩍쩍 갈라졌던 발
고깃점은 아들놈에게 다 몰아주고
흐물흐물 녹은 닭발을 뜯으며 들려주신다
진국은 닭발에서 우러나온다고
닭발이 맹숭한 탕국에 맛을 더해준다고
- 『목련전차』(창비, 2006)
삼계탕에 닭발을 넣는 건 어머니의 비법이다
가까운 동네 시장 따로 두고
멀리 구포장까지 가서
대추며 삼, 밤을 구해오신 당신
몸도 성치 않은 분이 버스값에다 들인 시간까지 하면
삼값 다 빠지고도 남겠다고
번번이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머니의 맛이 발에서 나온다는 걸
몇 푼이라도 더 싸고 질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닌 발품에서 나온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젊어서는 소금장수로, 보험설계사로
쉰이 넘고 나선 화장품 방문 판매 장수로
모이를 찾아다니느라 무던히도 부르텄던 발
뒤꿈치까지 쩍쩍 갈라졌던 발
고깃점은 아들놈에게 다 몰아주고
흐물흐물 녹은 닭발을 뜯으며 들려주신다
진국은 닭발에서 우러나온다고
닭발이 맹숭한 탕국에 맛을 더해준다고
- 『목련전차』(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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