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바위의 혀/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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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혀/손택수
너는 예민한 덩어리다
바람이 스칠 때 네 살갗 위로 돋는 소름을 나는 알고 있다
네 속에서 한 시절을 나 본 소나무들
뻗쳐오른 가지 끝 바늘잎은
너의 신경선이다.
대지 깊숙이 뿌리를 묻고 귀를 쫑긋거리는
네 안으로 사라진 별자리가 흐른다
헤기 저문 뒤에도 그 체온 간직하고 있는
네 안의 지평선과 수평선이 너를
꿈틀거리게 한다.
부처도 되었다가 구르고 굴러 어느 시장 귀퉁이
바람에 들썩이는 파라솔
날아가지 않게 끙 묶어주기도 하다가
전생도 후생도 다 잊어버린 채
모래알을 산란하는
바위가 흐른다.
꿈쩍도 않은 채 천리 밖을 걷는다
꾸욱 다문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말들,
어쩌면 나는 너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도 돌이 굴러다닌다.
결석과 치석이 서걱거린다.
안으로 균열이 가는 소리를 따라 쭈뼛
내 혀에도 바늘이 돋는다.
-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동학사, 2013)
너는 예민한 덩어리다
바람이 스칠 때 네 살갗 위로 돋는 소름을 나는 알고 있다
네 속에서 한 시절을 나 본 소나무들
뻗쳐오른 가지 끝 바늘잎은
너의 신경선이다.
대지 깊숙이 뿌리를 묻고 귀를 쫑긋거리는
네 안으로 사라진 별자리가 흐른다
헤기 저문 뒤에도 그 체온 간직하고 있는
네 안의 지평선과 수평선이 너를
꿈틀거리게 한다.
부처도 되었다가 구르고 굴러 어느 시장 귀퉁이
바람에 들썩이는 파라솔
날아가지 않게 끙 묶어주기도 하다가
전생도 후생도 다 잊어버린 채
모래알을 산란하는
바위가 흐른다.
꿈쩍도 않은 채 천리 밖을 걷는다
꾸욱 다문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말들,
어쩌면 나는 너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도 돌이 굴러다닌다.
결석과 치석이 서걱거린다.
안으로 균열이 가는 소리를 따라 쭈뼛
내 혀에도 바늘이 돋는다.
-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동학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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