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풍장/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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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風葬)/송수권
오늘은 할아버지 고향 가는 날
차마 성한 육신, 백발로도 가지 못하고
혼백으로 바람 타고 가는 날
살아서는 산도 옮길 듯한 한이
삭아서는 한줌의 재
물길 따라 바람 따라 고향 가는 날
바람아 불어다오
추석 달이 뜨면 갈거나
임진각 누마루에 올라 함부로
북녘땅 여기저기 손가락을 디미시던 할아버지
어느 날은 채송화며 봉숭아
꽃씨 주머니를 풍선 끝에 매달아
바람도 없는 날
우우우우……
입으로 불어 올리시던 할아버지
조선호텔 로비에서 웬수 같기만 하던 얼굴이
TV 화면에 불꽃처럼 스치던 날
예수당이 강냥욱인 지금도 살아있었수구레
동갑내기라고 좋아서 껄껄 웃으시며
여기 땅문서가 있다고 고의춤 풀어놓고
손바닥을 흔들던 할아버지
임진강 나루목을 건너 저기 저
개성 뒷산을 넘어서
황해도 해주 근처 옹진반도 안악골까지
바람아 불어다오
오늘은 할아버지 물길 따라 바람 따라
고향 가는 날.
- 송수권,『아도』(창작과비평사, 1985)
오늘은 할아버지 고향 가는 날
차마 성한 육신, 백발로도 가지 못하고
혼백으로 바람 타고 가는 날
살아서는 산도 옮길 듯한 한이
삭아서는 한줌의 재
물길 따라 바람 따라 고향 가는 날
바람아 불어다오
추석 달이 뜨면 갈거나
임진각 누마루에 올라 함부로
북녘땅 여기저기 손가락을 디미시던 할아버지
어느 날은 채송화며 봉숭아
꽃씨 주머니를 풍선 끝에 매달아
바람도 없는 날
우우우우……
입으로 불어 올리시던 할아버지
조선호텔 로비에서 웬수 같기만 하던 얼굴이
TV 화면에 불꽃처럼 스치던 날
예수당이 강냥욱인 지금도 살아있었수구레
동갑내기라고 좋아서 껄껄 웃으시며
여기 땅문서가 있다고 고의춤 풀어놓고
손바닥을 흔들던 할아버지
임진강 나루목을 건너 저기 저
개성 뒷산을 넘어서
황해도 해주 근처 옹진반도 안악골까지
바람아 불어다오
오늘은 할아버지 물길 따라 바람 따라
고향 가는 날.
- 송수권,『아도』(창작과비평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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