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밥풀꽃/송수권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32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7,779
  • H
  • HOME

 

[송수권] 며느리밥풀꽃/송수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4 17:29:54 댓글 0

본문

며느리밥풀꽃/송수권

날씨 보러 뜰에 내려
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
산부추, 개망초, 우슬꽃, 만병초, 둥근범꼬리, 씬냉이 돈나물꽃
이런 풀꽃들로만 꽉 채워진
小群山列島, 鞍馬島 지나
물길 백 리 저 송이섬에 갈까

그 중에서도 우리 설움
뼛물까지 녹아흘러
밟으면 으스러지는 꽃
이 세상 끝이 와도 끝내는
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꽃
울 엄니 나를 잉태할 적 입덧나고
씨엄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
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
혀끝에 감춘 밥알 두 알
몰래몰래 울음 훔쳐먹고 그 울음도 지쳐
추스림 끝에 피는 꽃
며느리밥풀꽃
햇빛 기진하면은 혀 빼물고
지금도 그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니라.

- 송수권, 『여승』(모아드림, 20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