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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땅끝에서 잠들다/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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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회 작성일 2025-04-12 13:00: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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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잠들다/신달자

​땅 끝 바다 방파제에서
붉은 사랑주 한 잔씩 나누어 마신 달이
나보다 더 취한 척
내 옆에 드러눕는다
에라 나는 객쩍은 그의 짓거리를
스리슬쩍 일면서도
오늘 밤 땅 끝 바다에서
찐한 여자로 놀아 보고 싶어
몸 곳곳을 부딪쳐 오는 달을
조금씩 먹기로 했다
내가 달을 먹을 때마다
갑절로 내가 사라지는
땅 끝
미묘한 사랑놀이
그래 이 한밤을
꼭 죽음으로 끄을고 가고 싶어
가려 해도 더 가려 해도 갈 곳 없는
땅 끝 방파제 바닥에서
취한 달과 어우러져
깊고깊은 잠을 잔다

​- 『오래 말하는 사이』 (민음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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