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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너를 위한 노래 4/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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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2 12:53: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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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노래 4/신달자

바람 부는 겨울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쫓겨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긴 코트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느린 걸음으로
역두를 서성이고 싶다.

그대여 그런 날 새벽에
우연히 널 만날 수는 없을까
나는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약속 없는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탈 기차를 보내고
그 다음의 기차를 보내며
시린 가슴으로 떨고 있을 때
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너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찬비 뿌리는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역두를 서성이면
멀리 보이는 불빛들의 젖은
그림자 일렁이는 무늬 속으로
너는 보이고 그리고 없고

그러나 나 결코 떠나지 않으며
너를 기다리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비와 함께 떨어지며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참으로 어리석은 낭만을 믿으며 나는
겨울 역두에 서 있고 싶다.
늦은 밤 자정인들 어떠랴
축축이 젖은 채로
널 우연히 만날 수만 있다면.

- ​『너를 위한 노래』(시인생각,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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