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깜부기 삼촌/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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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부기 삼촌/송찬호
그해 보리밭은 유난히 푸르렀다
전년에 흉작이 들어 그해엔 보다 일찍
이삭이 패야 한다는 보리밭 동맹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를 오랜 전쟁이 있었다
삼촌은 유난히 얼굴이 까매 깜부기란 별명으로 불렸다
계절이 온통 청보리에서 보리로 맹렬히 익어갈 때
삼촌은 낮에도 그냥 깜부기 밤에도 그냥 깜부기
삼촌의 생애는 까맸다 가난과 무지로
얼굴 한번 비춰볼 청춘의 물도 없이
속마저 까맣게 타서
그해 유월이 다 가기도 전,
휘파람 불며 들판을 쏘다니던 깜부기 삼촌은
그것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 줄도 모른 채
공산주의와 싸우러 월남으로 떠났다
- 송찬호,『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
그해 보리밭은 유난히 푸르렀다
전년에 흉작이 들어 그해엔 보다 일찍
이삭이 패야 한다는 보리밭 동맹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를 오랜 전쟁이 있었다
삼촌은 유난히 얼굴이 까매 깜부기란 별명으로 불렸다
계절이 온통 청보리에서 보리로 맹렬히 익어갈 때
삼촌은 낮에도 그냥 깜부기 밤에도 그냥 깜부기
삼촌의 생애는 까맸다 가난과 무지로
얼굴 한번 비춰볼 청춘의 물도 없이
속마저 까맣게 타서
그해 유월이 다 가기도 전,
휘파람 불며 들판을 쏘다니던 깜부기 삼촌은
그것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 줄도 모른 채
공산주의와 싸우러 월남으로 떠났다
- 송찬호,『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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