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두부집에서/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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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집에서/송찬호
사내는 두부를 먹다 목이 메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때
맨두부를 먹는 것처럼
사내는 또 목이 메네
이제 이렇게 말하려네
단단한 두부의 어께
단단한 두부의 주먹
반듯하고 각진 두부 한 모의 체적은 벌써 죽어버렸다고
이게 뭔가
뜨근하고 물렁하게 덥혀져 나온 두부를
한 젓가락씩 볶은 김치에 얹어 먹는 일
마치 두부에게 신체포기각서를 받으러 온 것 같이
모란에게 줄
다이어 반지를 집어삼킨
거위를 붙잡에 묶어놓은 것같이
이게 뭔가, 마루 끝에 앉아 종일 거위 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같이
허리 구부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한낮
바람조차 소슬하다네
모퉁이 두부집에서
한때 날리던 이름의 깡패두부를 먹어 보는 일
- 『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 2016)
사내는 두부를 먹다 목이 메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때
맨두부를 먹는 것처럼
사내는 또 목이 메네
이제 이렇게 말하려네
단단한 두부의 어께
단단한 두부의 주먹
반듯하고 각진 두부 한 모의 체적은 벌써 죽어버렸다고
이게 뭔가
뜨근하고 물렁하게 덥혀져 나온 두부를
한 젓가락씩 볶은 김치에 얹어 먹는 일
마치 두부에게 신체포기각서를 받으러 온 것 같이
모란에게 줄
다이어 반지를 집어삼킨
거위를 붙잡에 묶어놓은 것같이
이게 뭔가, 마루 끝에 앉아 종일 거위 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같이
허리 구부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한낮
바람조차 소슬하다네
모퉁이 두부집에서
한때 날리던 이름의 깡패두부를 먹어 보는 일
- 『분홍 나막신』(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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