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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염소/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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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12 11:03: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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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송찬호

저렇게 나비와 벌을 들이받고
공중을 치받고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쩍 않고 버티기만 하는
저 꽃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하여, 우리는 저 고집 센 꽃으로부터
뿔을 뽑아내기 위해
근육을 덜어내기 위해
짐승을 쫓아내기 위해
부단히 채찍질을 하였다
그리고 부지런히 말과 글을 배운
염소 학교 졸업식 날
그에게 많은 축복이 있었다
산과 들판은 절벽에 붙어살며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는 쿠션 좋은 침대를
시간은 쉼 없이 풀을 씹어
향을 피워 올리는 검은 향로를
시냇물은 약간 소심한 낯짝의 거울을
구름은 근사한 수염을
그리고 우리는 고삐를 주었다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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