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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시골 버스/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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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2회 작성일 2025-04-06 22:59: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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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버스/손택수

아직도 어느 외진 산골에선
사람이 내리고 싶은 자리가 곧 정류장이다
기사 양반 소피나 좀 보고 가세
더러는 장바구니를 두고 내린 할머니가
손주 놈 같은 기사의 눈치를 살피며
억새숲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싱글벙글쑈 김혜영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옆구리를 슬쩍슬쩍 간질이는 시골 버스
멈춘 자리가 곧 휴게소다
그러니, 한나절 내내 기다리던 버스가
그냥 지나쳐 간다 하더라도
먼지 풀풀 날리며 한참을 지나쳤다 투덜투덜
다시 후진해 온다 하더라도
정류소 팻말도 없이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팔을 들어 올린 나여, 너무 불평을 하진 말자
가지를 번쩍 들어 올린 포플러와 내가
버스 기사의 노곤한 눈에는 잠시나마
한 풍경으로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니

-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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