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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불국사 대웅전 마루에서​/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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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7회 작성일 2025-04-06 22:56: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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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대웅전 마루에서​/손택수

불국사 대웅전 마루는 한여름에 때를 많이 탄다
샌달을 벗고 들어온 사람들
맨발바닥에 묻혀온 티끌들이 나무 바닥에 묻어나선
까뭇한 윤을 내곤 한다
세상의 먼지들이 모여 빛을 내는 우물마루
이놈의 먼지들, 이놈의 먼지들
보살님은 틈나는 대로 걸레질을 하지만
걸레가 지나간 뒤의 물기를 타고
먼지는 나무속으로 더 잘 스며든다
때가 타서 반들거리는 바닥을 향해 이마를 수그릴 때
양옆으로 열어젖힌 문 너머 하늘빛도 따라 들어와
일렁이는 나뭇결 따라 파문 지는,
불국사 대웅전 마루는 한여름
세상에 떠돌던 먼지들을 품고
가장 높은 바닥이 된다​

 - 손택수,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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