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난장이패랭이꽃/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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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패랭이꽃/신경림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때리고
닥치는 대로 팔다리를 꺾는 바람을 피하느라
뼛속 깊은 곳까지 후벼 파는 추위를 견디느라
이토록 작아지고 뒤틀린 우리들의 몸통을
말하지 말자 아름답다고
메마른 돌밭에 뿌리박기 위하여
천길 벼랑에나마 매달려 살기 위하여
보아라 굽었지만 더욱 억세어진 이 팔다리를
햇빛을 향하여 꼿꼿이 들려진
이 짧지만 굵은 목덜미를
말하지 말자 눈물겹다고도
아픔과 눈물을 보랏빛 꽃으로 피울 줄 아는
눈비 속에서 얻은 우리들의 슬기를
서로 받고 준 상처를
안개에 섞어 몸에 두르기도 하는
악다구니 속에서 배운 우리들의 웃음을
우리들의 울음을
※ 난장이패랭이꽃은 백두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늦여름에 줄기 끝에 엷은 보랏빛 꽃을 피운다.
- 신경림,『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때리고
닥치는 대로 팔다리를 꺾는 바람을 피하느라
뼛속 깊은 곳까지 후벼 파는 추위를 견디느라
이토록 작아지고 뒤틀린 우리들의 몸통을
말하지 말자 아름답다고
메마른 돌밭에 뿌리박기 위하여
천길 벼랑에나마 매달려 살기 위하여
보아라 굽었지만 더욱 억세어진 이 팔다리를
햇빛을 향하여 꼿꼿이 들려진
이 짧지만 굵은 목덜미를
말하지 말자 눈물겹다고도
아픔과 눈물을 보랏빛 꽃으로 피울 줄 아는
눈비 속에서 얻은 우리들의 슬기를
서로 받고 준 상처를
안개에 섞어 몸에 두르기도 하는
악다구니 속에서 배운 우리들의 웃음을
우리들의 울음을
※ 난장이패랭이꽃은 백두산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늦여름에 줄기 끝에 엷은 보랏빛 꽃을 피운다.
- 신경림,『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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