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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귀성 열차​/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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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7회 작성일 2025-04-06 22:12: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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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열차​/신경림

눈 위에 주름 귀 밑에 물사마귀
다들 한결같이 낯설지가 않다
아저씨 워데까지 가신대유
한강만 넘으면 초면끼리 주고받는
맥주보다 달빛에 먼저 취한다
그 저수지에서 불거지 참 많이 잡혔지유
찻간에 가득한 고향의 풀냄새
달빛에서는 귀뚜라미 울음도 들린다
아직 대목장이 제법 크게 슨대면서유
쫓기고 시달린 삶이 꼭 꿈결 같아
터진 손이 조금도 쓰리지 않고
감도 꽤 붉었겠지유 인제
이 하루의 행복을 위해
흘린 땀과 눈물도 적지 않으리
여봐유 방앗간집 할머니 아니슈
돌려 세우면 처음 보는 시골 늙은 아낙
선물 보따리가 달빛 속을 달려가고
너무 똑같아 실례했슈
모두들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낯선 데가 하나도 없는 귀성열차

​-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창작과비평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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