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오랑캐꽃/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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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꽃/신경림
간밤엔 언덕 위 빈집 문 여닫는 소리 들리고
밤새도록 해수 앓는 소리 들리고
철거더철거덕 돗자리 짜는 소리 들리더란다
십년 전 농사 버리고 떠난 영감 왔나부다
그래서 날 새면 올라가 보리라고
동갑네들 동트기만 기다렸더니
닭이 울기도 전에 부고 전화부터 왔다
다리 저는 그 영감 간밤에 세상 떴다고
못살아 고향 등지고 떠난 사람은
저승길도 곧장 가기가 서러워
아픈 다리 끌고 절고 고향집 들러 가는가
빈집에서 혼자 밤샘 얼마나 서글펐을까
들여다보는 동갑네들 짓무른 눈에
사랑방 댓돌 옆으로 빈 오줌독
엎어진 검정고무신 한 짝을 비집고
봄이라고 그래도 오랑캐꽃이 웃고 있다
- 신경림,『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간밤엔 언덕 위 빈집 문 여닫는 소리 들리고
밤새도록 해수 앓는 소리 들리고
철거더철거덕 돗자리 짜는 소리 들리더란다
십년 전 농사 버리고 떠난 영감 왔나부다
그래서 날 새면 올라가 보리라고
동갑네들 동트기만 기다렸더니
닭이 울기도 전에 부고 전화부터 왔다
다리 저는 그 영감 간밤에 세상 떴다고
못살아 고향 등지고 떠난 사람은
저승길도 곧장 가기가 서러워
아픈 다리 끌고 절고 고향집 들러 가는가
빈집에서 혼자 밤샘 얼마나 서글펐을까
들여다보는 동갑네들 짓무른 눈에
사랑방 댓돌 옆으로 빈 오줌독
엎어진 검정고무신 한 짝을 비집고
봄이라고 그래도 오랑캐꽃이 웃고 있다
- 신경림,『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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