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없는 15초/심보선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525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272
  • H
  • HOME

 

[심보선] 슬픔이 없는 15초/심보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47회 작성일 2025-02-05 22:19:15 댓글 0

본문

슬픔이 없는 15초/심보선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 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 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 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