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동행/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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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복효근
이른 새벽 공원에
큰 나무 둥치를 등지고 서서
나무에 등을 쿵쿵 부딪는 사람이 있다
어찌 보면
어깨 한번 두드려 줄 사람 없이 긴 밤을 건너온 저이의 등을
나무가 두드려주는 것 같다
굳어가는 뼈마디를
욱신거리는 근육들을
꽉 막힌 저이의 속을
두드려
두드려서 먼 하늘에서 받아온 햇살과
땅 깊은 속에서 길어온 맑은 물의 기운을
넣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자리에 서서 몇 십 년을 사느라
굳은 나무의 관절을
딱딱해진 피부를
비바람 추위에 오그라든 혈관을
저이가 두드려
두드려서 풀어주고 있는지
늙은 아비의 등을 덜 늙은 아들이 두드려주고
요즘 들어 더욱 쳐진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듯이
서로 등을 두드려주어서
새벽 공원 어둠이 풀리고
이 동네 길들은 푸르게 열리는지도 모른다
- 복효근,『그리운 저녁이 왔다』(역락, 2018)
이른 새벽 공원에
큰 나무 둥치를 등지고 서서
나무에 등을 쿵쿵 부딪는 사람이 있다
어찌 보면
어깨 한번 두드려 줄 사람 없이 긴 밤을 건너온 저이의 등을
나무가 두드려주는 것 같다
굳어가는 뼈마디를
욱신거리는 근육들을
꽉 막힌 저이의 속을
두드려
두드려서 먼 하늘에서 받아온 햇살과
땅 깊은 속에서 길어온 맑은 물의 기운을
넣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 자리에 서서 몇 십 년을 사느라
굳은 나무의 관절을
딱딱해진 피부를
비바람 추위에 오그라든 혈관을
저이가 두드려
두드려서 풀어주고 있는지
늙은 아비의 등을 덜 늙은 아들이 두드려주고
요즘 들어 더욱 쳐진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듯이
서로 등을 두드려주어서
새벽 공원 어둠이 풀리고
이 동네 길들은 푸르게 열리는지도 모른다
- 복효근,『그리운 저녁이 왔다』(역락,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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