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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겨울 궁남지/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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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회 작성일 2025-04-06 21:45: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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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궁남지/복효근

저 수천 평 연밭에 연꽃은 자취도 없고
허리가 휘어지거나 무릎이 꺾인 꽃대궁
마른 꽃대궁이 마이크 같다
한바탕 유세를 부린다
나도 한때 꽃 피운 적 있노라고
홍련 백련 꽃이었던 적 있었노라고
이제는 구멍 숭숭 벌집 모양
그야말로 벌집이 되어버린 자궁만이
자랑처럼 남아 있다
그래, 자궁이지 궁이고 말고
구멍마다 칸칸이 연의 씨앗이 담겨 있어
씨앗 하나엔 우주가 담겨 있다면 믿겠나
저 씨앗을 연밥이라 부르느니
모름지기 수천 평 연밭을 일구고 먹여 살린
밥이라 하는 것이 저 궁에서 나왔느니
진흙탕 젖은 늪 저승이라 도 두렵지 않던 홍련
백련 왼갖 잡련들이
한 빛깔로 저무는 적멸보궁
무슨 고요가 이리도 소란스럽다
겨울 궁남지*엔
산부인과 대기실에 모인 어머니들처럼
다산多産의 무용담 왁자하다
유세 부릴 만하다

  * 궁남지: 부여읍에 있는 연못으로 백제 무왕 때 축조된 것이라 함. 주위에 수천 평의 연밭이 조성되었음.

- 복효근,​『마늘촛불』(도서출판 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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