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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연어가 돌아가셨네/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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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회 작성일 2025-04-06 21:41: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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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돌아가셨네/복효근

섬진강에 연어가 돌아가셨다네
얕은 여울 자갈 틈새에
알을 낳고는 연어는 곧 죽어버린다네
연어가 돌아왔다고
인간의 입장에서가 아니고
나는 연어의 입장에서 말하기로 하네
연어의 잔뼈를 키운 저 북태평양의 거친 물결과
베링해의 푸른 바람의 입장에서 말하기로 하네
캄차카반도와 알래스카를 휘돌아
연어는 죽기 위해
오직 죽기 위해
강에 돌아간다네 돌아가 죽는다네
서서히 제 살점을 물에 풀어놓는다네 죽은 연어가
몇 점 떼어준 그것은 숭어에게로 돌아가네
피리에게 모래무지에게
강변의 버드나무 뿌리에게 수달에게 물까마귀에게
무엇보다 금방 태어날 제 새끼들에게 돌아간다네
그 미래의 시간에게 저를 되돌려주네
4만6천 킬로 먼 길 달려가
애초 있던 그 자리로 저를 돌려주어 버리네
탯자리에서 몇 킬로도 벗어나지 않아
돌아갈 길 잃어버린 내 미망이 부끄러웠네
나는 연어가 돌아가셨다고 말하기로 하네

- 복효근,『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달아실출판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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