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연어의 나이테/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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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나이테/복효근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던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앉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넣은 굴렁쇠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나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선 강물 냄새가 나는 것이다 *
죽은 어미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새끼연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몇 만 년을 두고
다시 그 강에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 안도현의 「연어」에서
- 복효근,『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엔
나이테 무늬가 있다
연하디 연한 연어의 살결에
나무처럼 단단한 한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리라
중력을 거부하고 하늘로 솟구치던 나무를
눈바람이 주저앉히려 할 때마다
제 근육에 새겨넣은 굴렁쇠같이 단단한 것이
나무의 나이테이듯이
한사코 아래로만 흐르려는 물길을 거슬러
폭포수를 뛰어넘는 연어를
사나운 물살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칠 때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솟구쳐
여린 살 속에 쓰라린 햇살이 나이테로 쌓였으리라
켜놓은 원목의 나이테가
제가 맞은 눈바람을 순한 향기로 뿜어내놓듯이
그래서
연어의 살결에선 강물 냄새가 나는 것이다 *
죽은 어미연어의 나이테를 먹은 새끼연어가
폭포수를 뛰어넘어 몇 만 년을 두고
다시 그 강에 회귀하는 것은 다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 안도현의 「연어」에서
- 복효근,『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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