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란] 강둑에서/박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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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에서/박미란
부추꽃 자잘한 그곳에 앉아
우리는 부추꽃도 강물도 얘기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에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졌다
물살을 거스르던 청년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사이 우리는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저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우리는 다시 흔들렸다 물어도 답할 수 없는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누구나 한 번쯤 놓쳐본 적 있는
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강둑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게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흩뜨려버렸다
- 박미란,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문학과지성사, 2019)
부추꽃 자잘한 그곳에 앉아
우리는 부추꽃도 강물도 얘기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에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졌다
물살을 거스르던 청년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사이 우리는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저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우리는 다시 흔들렸다 물어도 답할 수 없는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누구나 한 번쯤 놓쳐본 적 있는
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강둑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게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흩뜨려버렸다
- 박미란,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문학과지성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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