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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그리움/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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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5회 작성일 2025-04-02 17:33: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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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박철

그리움이란 내게 맞지 않는 연미복 같은 것이어서
늘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들고
이왕지사, 벗어제낄 수도 없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잠기지 않는 문의 문고리를 안에서
잔뜩 부여잡고 있다고나 할까요
보다 두려운 일은
어둠 속의 빛들이지요
오늘도 어색하게 잠 못 드는 당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접니다

구름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물소리, 새소리,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놓고
황망히 떠나보는 먼길
야윈 눈썹만큼이나 조급하게 창 밖은
어떤 정표로 흰 눈을 뿌리고
나는 발자국을 지우며 걸어갑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이렇게 막막한 일인 줄은
나 진작 알지 않았던가요
사랑이란 언제나 처음 신어보는 구두 같아서
쉬지 않고 생채기를 갖다 붙이고
떼었다간 다시 한번 갖다 붙이고
맑은 물 한줄기만 보내줍니다
발자국만 남기고 떠나갑니다

- 박철,『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문학동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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