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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길/박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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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9회 작성일 2025-03-01 11:30: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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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박영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저 눈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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