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저세상에 당신에게/박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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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에 당신에게/박태일
저세상에 아름다운 꼿밭에 편히 계시는 줄 알고 잇습니다 우리가 스무 살에 만나서 좋은 일도 만앗지요 그러다가 내가 잇달아 딸을 만이 나아도 당신은 한 번도 내게 성을 내지 않고 언제나 이 나를 위로하고 아꼐 주섯습니다 밥이랑 미역국 잘 먹으라고 늘 시켯습니다 내가 딸을 놓고 또 딸을 놓고 잇달아서 딸 놓아도 말 한마디 없어시고 기분 나뿐 소리 한 번도 하지 안 하고 좋은 말로 위로해 주시던 당신이엇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을 놓앗지만 장가도 보내기 전에 당신은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시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른답니다 나는 오래 살아 아들 장가보내고 살다 보니 좋은 일도 만이 보고 자식 효도도 받고 있는데 당신이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언젠가 나도 당신 옆에 갈 때 이승에서 아이들 잘 키우고 왓다고 자랑 자랑할 것입니다
2003년 1월 22일 밤 아내 박악이가.
- 『옥비의 달』(중앙북스, 2014)
저세상에 아름다운 꼿밭에 편히 계시는 줄 알고 잇습니다 우리가 스무 살에 만나서 좋은 일도 만앗지요 그러다가 내가 잇달아 딸을 만이 나아도 당신은 한 번도 내게 성을 내지 않고 언제나 이 나를 위로하고 아꼐 주섯습니다 밥이랑 미역국 잘 먹으라고 늘 시켯습니다 내가 딸을 놓고 또 딸을 놓고 잇달아서 딸 놓아도 말 한마디 없어시고 기분 나뿐 소리 한 번도 하지 안 하고 좋은 말로 위로해 주시던 당신이엇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을 놓앗지만 장가도 보내기 전에 당신은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시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른답니다 나는 오래 살아 아들 장가보내고 살다 보니 좋은 일도 만이 보고 자식 효도도 받고 있는데 당신이 생각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언젠가 나도 당신 옆에 갈 때 이승에서 아이들 잘 키우고 왓다고 자랑 자랑할 것입니다
2003년 1월 22일 밤 아내 박악이가.
- 『옥비의 달』(중앙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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