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굴비/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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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박현
한때는 용왕을 꿈꾸고
삼천정병을 이끌고 토끼를 잡으러 가고 싶었을 게다
속살까지 퍼렇게 물든 바다에서 혁명을 꿈꾸다
태어나 처음 공기를 맛보고
은빛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에 소금이 뿌려진 채로
제 태어난 바다를 동공에 담고
나일론 끈에 효수당한 채로
석 달 열흘을 매달려 있다가
지폐 몇 장에 팔려
불빛 가난한 이의 밥상에 누웠다
우르르 달려든 쇠꼬챙이에
몸뚱이는 산산이 부스러지고
앙상한 뼈와 헤진 내장을 드러낸 채
누웠다
두 눈 부릅뜨고
누웠다
아버지가
누웠다
- 박현, 『굴비』(종려나무, 2009)
한때는 용왕을 꿈꾸고
삼천정병을 이끌고 토끼를 잡으러 가고 싶었을 게다
속살까지 퍼렇게 물든 바다에서 혁명을 꿈꾸다
태어나 처음 공기를 맛보고
은빛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에 소금이 뿌려진 채로
제 태어난 바다를 동공에 담고
나일론 끈에 효수당한 채로
석 달 열흘을 매달려 있다가
지폐 몇 장에 팔려
불빛 가난한 이의 밥상에 누웠다
우르르 달려든 쇠꼬챙이에
몸뚱이는 산산이 부스러지고
앙상한 뼈와 헤진 내장을 드러낸 채
누웠다
두 눈 부릅뜨고
누웠다
아버지가
누웠다
- 박현, 『굴비』(종려나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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