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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스물다섯/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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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회 작성일 2025-05-18 09:40: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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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박연준

약국에서 아버지를 한통 사서 나온다
문을 열자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는 안개들
내 눈 속으로, 콧속으로, 입속으로
투신하는 안개들
형체도 없이 만개한 자살
흩어지는 시간, 발 없는 씨앗들, 안녕한 공기ㅡ
누가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
현기증처럼 피어나는 꽃 아, 아버지
이미 죽은 당신이 자꾸 죽을까봐 겁내는
나는, 이마에 못이 박힌 스물다섯
마치 지겹게 사정 안하고 버티는
대머리 밑에 깔린 갈보처럼
동공 없이 뜬눈으로 박제된,
기울어진 스물다섯

-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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