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개구쟁이 구름/박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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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구름/박재삼
구름은 어린것이 그러듯
마등령 산봉우리에 와서는 칭얼댄다
저 아득한 물소리 바람 소리가
그 소리를 대신하는가
그러다가는 금시 또
이웃집 망나니 구름과 같이
딴 데로 놀러가기가 바쁘다
물소리 바람 소리가 한동안 없다
그런 때는 구름도 만면(滿面)에 웃음
산봉우리에게는 체증(滯症)처럼 풀린다
사람이 죽고 짐승이 죽고
저 칠칠하던 나무들이 죽고
그 모든 것이 죽으면
한가지로 비가 되고 죽음이 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저렇게
개구쟁이 구름이 되어
이 세상에 다시 노는 간단한 이치를
나는 오늘 비로소 설악산 중에 와
말없는 산봉우리를 보며 알았다.
- 『어린 것들 옆에서』(현현각, 1976)
구름은 어린것이 그러듯
마등령 산봉우리에 와서는 칭얼댄다
저 아득한 물소리 바람 소리가
그 소리를 대신하는가
그러다가는 금시 또
이웃집 망나니 구름과 같이
딴 데로 놀러가기가 바쁘다
물소리 바람 소리가 한동안 없다
그런 때는 구름도 만면(滿面)에 웃음
산봉우리에게는 체증(滯症)처럼 풀린다
사람이 죽고 짐승이 죽고
저 칠칠하던 나무들이 죽고
그 모든 것이 죽으면
한가지로 비가 되고 죽음이 된다는데
그 모든 것이 저렇게
개구쟁이 구름이 되어
이 세상에 다시 노는 간단한 이치를
나는 오늘 비로소 설악산 중에 와
말없는 산봉우리를 보며 알았다.
- 『어린 것들 옆에서』(현현각,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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