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기] 민들레 문상/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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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문상/박후기
화장해 야산에 뿌려달라고 했다
흰 머리칼 아직 듬성듬성
살갗에 매달려 있을 때
머리 한번 감겨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루 봄밤 자고 나면
머리칼 한움큼씩 뽑혀나간 머리가 민둥산 같아서,
바람 병상에 기댄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가느다란 목이 힘없이 꺾일 것만 같아서,
반갑다고 내미는 더딘 헛손질에 뺨이라도 대주고 싶었다
돌아와, 밤에 부음을 들었다
다시 병상을 찾았을 때
고인은 이미 바람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바람 속으로 흩어진 뒤였다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창비, 2009)
화장해 야산에 뿌려달라고 했다
흰 머리칼 아직 듬성듬성
살갗에 매달려 있을 때
머리 한번 감겨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루 봄밤 자고 나면
머리칼 한움큼씩 뽑혀나간 머리가 민둥산 같아서,
바람 병상에 기댄 모습을 보니 금방이라도
가느다란 목이 힘없이 꺾일 것만 같아서,
반갑다고 내미는 더딘 헛손질에 뺨이라도 대주고 싶었다
돌아와, 밤에 부음을 들었다
다시 병상을 찾았을 때
고인은 이미 바람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바람 속으로 흩어진 뒤였다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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