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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돌부처/박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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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회 작성일 2025-04-24 08:32: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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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박영근

​저렇게 오래
돌아앉은 돌부처는 말이 없다

골짜기 저 밑바닥에서 안개는 올라와
지난날의 전나무와 갈참나무 숲을 지우고
어두워가는 살 깊은 곳으로
바위 가파로운 산줄기를 문득 밀어버린다

어느 때쯤 돌부처마저 보이지 않고

알 수 없구나
다만 맨몸인 내가
사방 허공에
뼈마디까지 적나라한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물소리 들리고
바람에 불려가는 안개
뜨거운 이마에 맺히는 시간의 물방울들
내 안에서 수천수만 햇살의 숨구멍들이 한꺼번에 열린다

돌부처 하나이 바위절벽 속에 제 몸을 새기고 앉아
빙그레 웃고 있다

​-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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