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춤/박형준 ​ > 바

외로운 춤/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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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누군가와 헤어진 것처럼
눈시울이 흐려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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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 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어
빈집이 된 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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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마주치면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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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만 디뎌 가며 저녁에
몰래 다녀가는 고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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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는 바래고
방은 먼지 속에서
달빛에 부옇게 떠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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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천장에서 내려와
달빛 젖는 자리
맴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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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창호지에 배기는
외로운 춤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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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탄 집』(천년의시작,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