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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새/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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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20 15:41: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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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박형준

그가 죽은 뒤
새로 문을 발라
뜰찔레꽃 곁에
기대놓자,
창호지에 비친 새 날아간다

너덜너덜한 창호지
뜯어내자, 침묵이 홀가분하게
바람에 떠오른다
들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창호지만 바라보던 그가,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
맴돌던 그가,
줄기에서 줄기로 넘나들며
마당의 꽃자리 흔들다가
저녁연기 타고 날아간다

뜰찔레꽃 곁에
저녁 향기 퍼지며
자신의 인생을 축약한 듯
마당의 하늘 위
고통이 날아간다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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