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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길/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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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7회 작성일 2025-04-20 15:37: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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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박형준

혼자 사는 남자가
빨래를 걷으려고
베란다로 간다

아무도 없는 연휴의 골목
창문 밖에 대추나무가 한 주 서 있다
뒤통수만 보이는 참새가
울지도 않고
가지 위에 앉아서
저녁을 맞고 있다

오래 걷지 않은 빨래는
오그라들어 있다

무릎을 깍지 끼고 남자가
빈방에 앉아
개어놓은 빨래를 쳐다본다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
뒤통수처럼 환한 보름달
골목길에
대추나무 열매 익는다

 -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창작과비평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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