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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늙은 무덤/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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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4-16 10:21: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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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무덤/박남준

누구의 깊은
잠인가 무덤이 늙었다

서릿발의 늦가을 꼼지락꼼지락
가을꽃들 게워내며
남은 햇볕에 꾸벅이는
무덤이 늙었다

살아서는 자식들에
죽어서는 저 풀꽃들에
자리 다 내어주고
품 안이 모자라다

어디에선가 오래전 살던
이 먼길 떠나고
홀로 흔들리던 낡은 집

풀썩 무너져 가는 소리
잊혀진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나는 것이냐

전생의
어느 아득한 이름을 부르며
나를 여기 이끌었나

저 늙고 잔등 헐은 무덤에
내 등을 내밀며
한 세상 훌쩍 건너고 싶다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문학동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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