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풍란/박남준
페이지 정보
본문
풍란/박남준
풍란의 뿌리를 만진 적이 있다
바람 속에 고스란히 드리운 풍란의 그것은
육식 짐승의 뼈처럼 희고 딱딱했다
나무등걸, 아니면 어느 절벽의 바위를 건너왔을까
가끔 내 전생이 궁금하기도 했다
잔뿌리 하나 뻗지 않은 길고 굵고 둥글고 단단한
공중부양으로 온통 내민 당당함이라니
언제 두 발을 땅에 묻고 기다려보았는가
저 풍란처럼 바람결에 맡겨보았는가
풍란의 뿌리로 인해 세상은 조금 더 멀어져갔지만
풍란으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
한 평 땅이 없으면 어떠랴 길이 아닌들
나 이미 오래 흘러왔으므로
- 『적막』(창비, 2005)
풍란의 뿌리를 만진 적이 있다
바람 속에 고스란히 드리운 풍란의 그것은
육식 짐승의 뼈처럼 희고 딱딱했다
나무등걸, 아니면 어느 절벽의 바위를 건너왔을까
가끔 내 전생이 궁금하기도 했다
잔뿌리 하나 뻗지 않은 길고 굵고 둥글고 단단한
공중부양으로 온통 내민 당당함이라니
언제 두 발을 땅에 묻고 기다려보았는가
저 풍란처럼 바람결에 맡겨보았는가
풍란의 뿌리로 인해 세상은 조금 더 멀어져갔지만
풍란으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
한 평 땅이 없으면 어떠랴 길이 아닌들
나 이미 오래 흘러왔으므로
- 『적막』(창비, 20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