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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무덤에 전하는 말/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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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4-16 08:54: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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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전하는 말/박남준

작대기 몇 개 하사, 상사 계급장이 아니다
구례군 마산면 하사, 상사마을 부근 버스는 달리는데
시 쓰는 시영이 형이 간곡하다
이 길 다시 지나거든 근처 왔다가 못 뵙고 갔다는 안부
그러니까 형이 태를 묻고 자란 땅이 여기 어디라는 것인데
선친의 묏자리가 저 건너쯤이라는데
그 양반 생전에 귀 눈 밝으셨으니
차창 밖으로 전해주어도 알아들으실 거란다
굼뜬 대답이 나오기도 전이었지
술 취한 주사 이도윤이 말을 보탠다
무덤에 풀 좀 더디 자라게 해달라는
부탁도 꼭 덧붙여라야

횡성군 청룡리 내 아버지의 저 세상 머리맡
낫을 들어본 기억 가물거린다
나 이제 오가는 길가 잔등 헐은 무덤들
눈에 밟혀오는 나이
앞마당 성긴 풀을 뽑다가
뒷마당 우북한 낫질을 하다가
등을 뚫고 박히던 사람의 말들이 왜 떠오르는 것이냐
늦가을 나뭇잎에 바스락거리는 햇살
참 쓸쓸해지는 날

- 『중독자』(펄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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