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박라연 > 바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83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430
  • H
  • HOME

 

[박라연] 굴비/박라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11회 작성일 2025-04-15 07:49:05 댓글 0

본문

굴비/박라연

세상이 무서워질 때
갑자기 제 자신마저 무서워질 때
영혼의 가장 추운 방에 숨겨둔
은조기떼를 풀어놓는다
비굴한 모습일랑 혼자서만 보려고
두 눈 가득 두 귀 가득 소금을 넣는다
아직은 비릿한 냄새뿐인데
감히 소금 바다를 헤엄치고 싶은데
세상 한가운데에 서면 온종일 비굴해
소금으로 영혼을 말려야만
비로소 命名되는
바다를 잊을 수 있는
굴비

- 『공중 속의 내 정원』(문학과지성사, 200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