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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닭/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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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5회 작성일 2025-04-14 19:15: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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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박성우

 닭이 토란잎 그늘 맛을 알았다 토란대 사이를 누비고 다니다가 쬐는 햇볕 맛을 알았다 토란밭 고랑 옆에 돋기 시작한 시금치 맛을 알았다 하필 동리서 싸낙배기로 소문난 매죽할매네 아래텃밭이다 뉘 집 닭이 우리 밭을 다 조져놔부렀디야 흐흠, 시금치 씨앗을 두 번이나 뿌렸는데 하나도 남은 게 없다고 헛기침을 했다

 닭을 닭장에 가둬 키우기는 싫고 그렇다고 농사를 다 조져 놓았다는 말을 들음서까지 닭을 마냥 놓아 키울 수도 없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궁리하던 차에 닭은 잘 크냐고 전화안부를 물어오는 부안 살구나무집 어머니께 암탉과 수탉을 보낸다 적적지 않게 말짓도 하면서 어머니 말동무나 하라고 닭을 보낸다

 일어나라고 방문 앞에서 빡빡거리던 닭, 모이 주고 물 주고 밥벌이하러 나서면 내 꽁무니를 우르르 따라나서던 닭, 그만 따라오라고 그만 들어가라고 소리치던 아침도 같이 보낸다

-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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