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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풀/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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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14 19:13: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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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박성우

강가에 나가 풀을 벤다

숫돌에 낫을 갈아 풀을 베던,
그 옛날 아버지처럼
강가에 나가 풀을 벤다

왼 무릎 꿇고
오른 무릎 세워
지게를 일으키던 아버지처럼,

바지게 넘치게 꼴을 베어 날라도
변변찮은 학용품 하나 못 대주던
그 시절 내 아버지처럼,

불혹의 나이가 되어
강가에 나가 풀 한 짐 베어온다

풀을 베어다 먹일 암소는 없고
풀을 베어다 풀로 풀을 누른다
고추밭 고랑에 풀을 깔아 풀로 풀을 누른다
생풀로 누를 수 있는 것이
어디 잡풀들뿐이겠는가

유월 강가의 풀은
물을 많이 먹어 묵직하다

풀 한 짐 더 하러 강가에 나간다

-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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