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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길/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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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14 19:09: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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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박성우

이파리 무성한 등나무 아래로
초록 애벌레가 떨어지네
사각사각사각,
제가 걸어야 할 길까지 갉아먹어서
초록길을 뱃속에 넣고 걸어가네

초록 애벌레가 맨땅을 걷는 동안
뱃속으로 들어간 초록길이 출렁출렁,
길을 따라가네
먹힌 길이 길을 헤매네
등나무로 오르는 길은 멀기만 하네

길을 버린 사내가 길 위에 앉아 있네

- 『거미』(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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